저, 사실은... 최면 같은 거 걸리지 않았어요.
걸린 '척'을 해준 거예요.
최근에 아파트로 이사 왔어요.
옆방 오빠가 맨날 컵라면만 먹길래
반찬을 넉넉히 만들어서 좀 나눠줬거든요.
그런 친절함이 오해를 불러일으킨 걸지도 모르겠네요.
엄청난 눈빛으로 가슴을 쳐다보길래,
나한테 관심이 있나? 하고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죠.
"최면 앱이라고 들어봤어요? 요즘 SNS에서 유행하는 거."
"속는 셈 치고 이 사진 좀 봐주시겠어요?"
이런 걸로 최면에 걸릴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.
하지만 최근에 남자친구랑 사이가 안 좋았고,
어떤 짓을 할지 궁금해서 한번 시험해 봤어요.
의식을 잃은 척해 봤더니
"나 좋아해요?"
"내 부탁 들어줄 거죠?"
"내가 가슴 주물러줬으면 좋겠지?"
역시 가슴이 목적이었구나...
남자들은 다 머릿속이 야한 생각으로 가득 찬 걸까요.
가슴으로 만족할 줄 알았는데
섹스까지 해버려서 깜짝 놀랐어요...
이거, 최면 강간이잖아요.
세뇌당한 척하면서 섹스하는 게
의외로 흥분되더라고요.
맛을 들였는지,
제가 기억을 못 한다고 믿고 있어서
몇 번이고 최면 앱으로 제 몸을 오나홀처럼 쓰기 시작했어요.
"내 여자친구가 돼라."
분명 이 사람은 꽁냥꽁냥해 주는
귀여운 여자애를 좋아할 것 같아.
머릿속으로 캐릭터를 설정하느라
최면에 걸리기까지 시간이 좀 걸려서
들킨 건 아닐까 조마조마했어요.
내가 아닌 무언가를 연기하는 것도
왠지 재밌어져서 오랜만에 꽁냥꽁냥 섹스를 해버렸죠.
남자친구를 방에 불렀을 때 복도에서 마주쳤는데...
그러고 보니 남자친구 있다고 말을 안 했거든요.
꽤 질투하는 눈치더라고요.
다음 최면에서는
"남자친구랑 헤어지고, 나랑 섹스하고 싶어진다."
이년은 내 여자다! 라고 독점하고 싶었나 봐요.
처음에는 즐거웠는데
점점 자기 마음대로 요구하는 것만 많아지고
끝이 안 보이기 시작해서
정체를 밝히기로 했어요.
평소처럼 섹스가 끝나고 옷을 입었더니
"짝!" 하고 손뼉을 치는 남자.
어라, 최면이 안 풀리네? 하며 놀라는 모습.
"나, 한 번도 최면 같은 거 걸린 적 없어."
"뭐? 어? 그게 무슨 소리야?"
"그것보다, 이 사진 좀 봐줄래?"
저한테 보여줬던 최면 앱 사진을 남자에게 보여줬더니...
순진하고 멍청한 남자는 최면에 걸려버렸어요...
가짜라고 생각했는데 효과가 있네.
"지금까지 두 사람의 기억을 전부 잊습니다." 짝!!